[인류의 유산 연등회] 당신이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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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유산 연등회] 당신이 주인공
  • 불광미디어
  • 승인 2021.05.2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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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모양 장엄등을 들쳐메고 뛰는 청년들, 차오르는 흥과 흘러넘치는 환희심으로 악기를 연주하며 뛰는 풍물패는 연등행렬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연등회 ‘환희 메이커’ 한마음선원.

연등회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나만 꼽자면 바로 자발성이다. 등 제작과 행렬, 연희 등 여러 프로그램에 직접 만든 등을 갖고 함께 춤을 추며 노는 개별 공동체들의 적극적인 준비와 참여다. 서울에서 열리는 연등회 외에도 각 지역에서 각자만의 특색과 전통으로 매년 연등회를 준비하고 개최한 곳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어떻게 연등회를 만들어가고 이 문화를 즐겨왔을까. 세계적인 문화와 축제의 중심에서 주인공으로 당당히 선 이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4월, 등을 준비하는 밤_한마음선원

글. 김주현 한마음선원

 

소파 방정환의 작품 중 「4월 그믐날 밤」이라는 단편 동화가 있다. 이야기는 하늘에 별만 빛나고 아무 소리 없이 고요한 밤을 배경으로 한다. 가늘게 속살거리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하나둘씩 풀, 꽃, 곤충과 새들이 바지런히 봄맞이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이구, 이제 곧 새벽이 될 터인데. 꿀떡을 여태 못 만들었으니 어쩌나?”

“휴, 꿀떡은 우리가 모두 만들어 놓았으니 염려 말아요.”

“그런데, 내일 새들이 오면 음악 할 자리를 어디다 정하우?”

“아이고, 여보. 왜 여태껏 새 옷도 안 입고 있소?”

앉은뱅이꽃, 진달래, 참새와 개구리가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여러 법우가 한곳에 모여 초파일 행사를 준비하는 풍경이 떠오른다.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한 가정의 가장과 아들딸로 열심히 살아가던 법우들은 각자 맡은 자리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등 불사가 진행 중인 불교문화회관으로 들어선다. 그제야 ‘불문’은 생명을 얻는다. 동화 속 꽃나비와 새들처럼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복닥복닥 움직인다.

1층에서는 또각또각 요리 재료 손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울력하는 법우들을 위한 간식 공양을 준비 중이다. 물 끓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는 법우들이 있는 넓은 공간으로 퍼진다. 그곳에서는 기반을 만드는 시설팀, 등의 모양을 잡는 골조팀, 빛을 담는 전기팀, 곱게 배접한 종이 위에 색을 더하는 채색팀이 분주히 손을 놀린다. 작업에 집중하면서도 살가운 인사와 담소를 나눈다. 늦게 도착한 법우에게는 오느라 애썼다고, 늦은 만큼 남아서 더 하라며 농을 던지기도 한다. 웃음이 한차례 퍼져나간다. 등 작업이 바빠지고 열기가 더해지면 밤새는 일도 부지기수다.

지하에서도 작업이 한창이다. 등에 사용할 종이를 굽는 종이팀과 행렬등을 만드는 합창단이 삼삼오오 모여 울력을 하고 있다. 옆방에서는 풍물 악기 소리가 들려온다. 행렬에서 뭇 사람들의 마음을 밝히는 장엄등처럼,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몸을 쓰는 법우들은 하나의 등이 되어 마음으로 빛을 전한다. 2011년 한마음선원 청년회에 들어온 이후, 매년 초파일 행사에 풍물패로 함께 하고 있다. 밤샘 등 불사를 하는 법우들처럼, 필요에 따라 풍물패도 종종 합숙하곤 했다.

합숙 날 연습은 새벽 서너 시까지 이어졌다. 일정한 간격으로 서서 원을 그리고, 무릎을 굴리며 호흡을 넣었다. 걷고 뛰며 악기를 연주하고 상모까지 더해지면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숨이 찼다. 허벅지가 뻐근하고 더는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단단해지면, 문을 열어놓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곤 했다. 가만히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때로는 선법가가, 때로는 큰스님 법문 말씀이 들려왔다. 잠시 후, 다시 연습을 시작한다.

연습에서 얻는 배움은 악기 연주나 바른 몸가짐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러 악기의 특성이 어우러지며 하나의 소리를 만들려면 우선 나를 봐야 하고, 남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기르게 된다. 몸과 마음의 경계가 다가왔을 때 서로 잡아주고 당겨주는 과정에서 나를 단련시키고 남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형성한다. 악기와 같이 성향도 생각도 천차만별인 법우들은 이렇게 한마음으로 물들어간다.

연등회가 가까워지면 필요한 물품을 재정비한다. 꽹과리와 징을 닦고, 장구는 해체하고 손본 뒤 재조립한다. 의상은 깨끗하게 빨고 다려둔다. 다른 팀들도 행렬을 앞두고 더욱 마음을 내며 준비한다. 5개월 동안 쏟은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등이기에 더욱 신중을 더할 수밖에 없다. 행렬 전날, 스님과 법우들이 모두 모인다. 그간의 땀과 고민의 의미를 되새기며 연등회가 널리 불을 밝히고, 무사히 마치기를 발원한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주말이 되면 동국대에서 수많은 인파가 열을 맞춰 행렬을 시작한다. 동대문을 지나면서 큰길에서 기다리던 장엄등과 합류하면서 행렬은 더욱 풍성해진다. 조계사까지 이어지는 길이 쭉 펼쳐져 있다. 탁 트인 도로 양쪽에는 행렬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다. 미리 마련된 의자에 앉아 구경하시는 분들도 있고, 아빠 어깨에 올라타 신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도 있다.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이런 때에 풍물패가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차오르는 흥과 흘러넘치는 환희심에 힘차게 악기를 연주하며 뛰기 시작한다. 도로 양쪽을 오가며 거리의 군중과 어우러져 논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국적이 다른 이들도 리듬을 타고 발을 구른다. 손뼉이 마주치는 소리와 환호성도 하나의 악기가 되어 함께 연주한다.

연분홍 치마, 꾀꼬리의 고운 목소리, 이슬 술과 꿀떡을 준비했던 봄의 정령처럼 모든 과정에 공부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을 더해 우리는 이렇게 연등회를 수놓는다. 한 명 한 명, 등 하나하나가 밝게 비치며 사람들 마음에 봄소식을 알릴 수 있도록. 주말이 지나 다시 시작되는 일상 속에서 마음 불씨의 온기가 오래도록 남아 우리네 삶을 따뜻하게 밝히길 바라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이전과 같은 연등회를 만나려면 좀 더 기다려야겠지만,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이면 모두 한마디씩 할 것이다. 

“이제 정말 봄이 되었구나!”

“환하고 밝은 등불이 피었구나!”

다시 모여 노래하고 꽃비 아래 너울너울 춤출 날이 오리라 믿는다.

 

전통등으로 밝힌 ‘백제의 미소’_내포

글. 김선임 내포가야산 성역화추진위 사무국장

 

내포연등회 시작은 서해안 시대를 맞이한 2013년부터다. 그 해는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내포로 이전한 해이기도 하다. 2013년 수덕사(당시 주지 지운 스님)는 관내 5개 지역(예산, 홍성, 서산, 당진, 태안) 연등회를 활성화하고자 연등공방 운영을 결정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개별 사찰들은 법당에 달기 위한 용도로 팔모연꽃등을 제작했고, 그렇게 만든 등을 들고 1년에 하루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연등행렬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연등행렬용 장엄등은 외부 업체에서 하루 임대해 사용하는 정도였다.

 

연등공방에서 다채로운 등 제작

연등공방 운영 첫 번째 목적은 수덕사 관내 5개 지역 연등회에 사용하는 연등과 장엄등을 스스로 제작해 다채로운 연등회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목적은 전통문화 보존·계승이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오는 한지 전통등을 제작하는 것뿐 아니라 사찰을 찾는 참배객이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전통을 보존·계승하고자 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이 연등제작 강습회였다. 연등회보존위원회 지원으로 2013년 12월 14~16일 수덕사에서 관내 5개 지역 사찰 사부대중을 대상으로 전통등 제작 강습회를 열었다. 강습회는 예상보다 성황이었다. 서산 5개 사찰, 태안 3개 사찰, 홍성 2개 사찰, 예산 3개 사찰 외 수덕사노인요양원과 예산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까지 60여 명이 참석했다.

수덕사 일대의 사찰과 단체에서 전통 한지로 행렬등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이 행렬등으로 2014년부터 수덕사 관내 5개 지역 지역주지협의회는 도청, 경찰청, 교육청이 밀집한 내포 신도시에서 부처님오신날 연합연등회를 열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무사생환과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연등회’로 첫 연합연등회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연등회를 준비하면서 어우러지니 자연스럽게 지역 역량 강화는 물론 주민들이 화합하는 장이 열린다. 

내포연등공방이라는 이름으로 내포가야산 보원사에서 전통등 제작 공방을 운영한 것은 2017년부터다. 내포연등공방은 오로지 자원봉사 체제로 돌아간다. 연등공방은 매년 전통등 강습회에 교육생을 파견, 교육을 받고 있다. 연등공방이 운영되자 등 제작 실력도 점점 늘고 있다. 비에 젖지 않는 한지등을 개발해내는가 하면, 연등회보존위원회에서 매년 실시하는 전통등 경연대회에서 항상 입상했다. 2017년 대상, 2018년 장려상, 2019년 대상을 받을 정도로 전통등을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웃과 함께 만드는 한지 전통등

내포연등공방은 올해로 9년째다. 연등공방의 가장 큰 취약점은 전문가가 없다는 사실이다. 공방 구성원들이 등 제작이나 그림에 완전 초보라서 한지등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제일 어려웠다. 등 강습회에서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2019년부터 연등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연등불화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내포연등공방에서 만든 장엄등은 수덕사 관내 5개 지역 연등회에 장엄용으로 또 연등 행렬 시 행렬등으로 불을 밝힌다. 또 충남도청과 충남경찰청 로비에 비치돼 도청이나 경찰청을 찾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제작된 행렬등은 ‘백제의 미소’ 국보 제84호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입구와 보원사지 오층석탑 주변을 한 달 보름 동안 장엄하고, 보원사 법당에 특별등으로 달린다. 

2021년 올해는 우리 전통 연꽃등 제작 방식대로 등을 만들었다. 직접 만든 연잎을 팔모등에 붙이면서 코로나19 극복을 발원하고 이웃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한 소원등이다. 앞서 2020년 코로나19로 연등회가 다 취소됐을 때 내포연등공방은 자동차 행렬로 연등행렬을 지원했다. 

연등공방은 출범 때부터 사찰의 경계를 넘어 이웃과 호흡하길 바랐다. 2014년부터 마애삼존불 입구에 단 연등 동참 기금을 서산시 청소년들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캄보디아 로터스월드에서 현지 학생들에게 한국의 전통 한지등을 가르쳐 법당에 등을 달았고, 고풍리 노인회의 벼 베기 축제에 물고기 전통등으로 함께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연등회가 불교유산으로 한정된 문화가 아닌 함께 즐기는 문화이자 축제임을 알리기 위해 오늘도 연꽃잎을 빚는다. 

 

등과 연희율동의 만남 
남녀노소가 즐기는 축제로 발돋움_광주

글. 양행선 광주불교연합회 사무국장

 

전통춤과 전통의상, 전통등이 어우러진 빛고을관등회는 2020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연등회의 광주행사다. 당시 문화재청이 발간한 책자의 글에 ‘가장 지역 특성을 살린 행사’로 소개되기도 했다. 8년간의 결과이자 길을 열어준 광주불교연합회 회원 스님들과 지역불교 활동가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실이다.

전통등 강습, 변화는 시작

광주지역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인 빛고을관등회는 지난 2013년 10월 광주불교연합회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 서울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도시의 봉축행사는 점등식과 연등행진이 전부다. 광주의 봉축행사도 비슷했다. 부처님오신날 30일 전 점등식과 연합법회, 연등행진. 특별한 재미도 없었고, 참여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호남 최대의 도시라고 하지만 열악한 포교환경과 빈약한 사찰 재정, 특별히 불교에 관심 없는 관공서, 흥미 없이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봉축행사는 벌써 수십 년째 이어 온 현실이었다. 지난 2005년 한 번의 변화가 있었지만 구심점과 실무자 없는 행사는 1~2년을 못 가고 바로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광주불교연합회의 탄생과 함께 사무국 구성, 광주지역 불교 활동가들의 규합 그리고 2013년 12월 첫 번째 봉축기획단 구성은 필연이었다. 

2014년 빛고을관등회의 첫 번째 공통의 미션은 ‘전통등을 들고 행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행렬등을 만드는 강습회를 시작했다. 주름등과 비닐등에 익숙한 사찰 스님들과 신도들은 새로운 행렬등 제작에 열정을 쏟았다. 그렇게 30여 회가 넘는 사찰별 전통등강습회가 이어졌다.

이듬해 2015년은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운판등, 보리수등, 범종등 다양한 행렬등 보급을 시작으로 연등행진의 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서울 연등회의 지원으로 처음으로 장엄등 강습회를 진행했다. 이미 한 번씩 전통등을 만들어 본 사찰들은 더 큰 등을 만들어 연등행진에 참여하려는 욕구가 컸다.

사찰에서 신도들 5명씩 참여하고 서울 연등회의 전통등 작가 지원으로, 어느새 정원 60여 명이 금방 모집됐다. 4일간 진행한 전통등강습회는 광주의 전통등을 시작하는 데 큰 밑거름이었다. 광주불교연합회는 전통등기획단을 신설하고, 회관 지하에 전통등공방을 마련해 매년 등 만들기 작업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광주천 전통등전시회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선보였다.

 

율동과 신명을 더하다

2017년을 맞아 광주불교연합회와 광주불교계는 더 재미있는 흥겨움이 더한 빛고을관등회 행사 준비를 위해 나섰다. “광주 불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흥겹게 춤을 추며 진행하는 신명나는 축제의 한마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6년 봉축행사에서 시범적으로 각 사찰합창단 200여 명을 연희단으로 만들어 율동과 함께 퍼레이드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참여한 합창단원들은 뿌듯해했다. 광주불교연합회는 연희단기획단을 신설, 보다 전문성 있는 재가불자들과 함께 준비에 들어갔다.

행사장소는 최근 들어 처음으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5.18민주광장은 광주시민들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지만, 고려 시대까지 광주에서 가장 큰 절이었던 대황사의 옛 자리이기도 하다. 

율동강습회는 전체 율동강습회에 이어 각 사찰을 방문하면서 진행했다. 다소 딱딱한 법회시간에 레크리에이션을 겸한 율동강습회는 사찰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절에 다니면서 이렇게 즐겁게 법회를 해본 적은 처음이에요”라는 노보살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2016년에는 서울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 지도로 이뤄졌지만, 올해는 자체 강사를 섭외해 진행했다. 합창단을 연희단으로 개편하고, 정광중학교, 연화유치원, 환경연대 어린이 회원들도 속속 연희단을 연습에 들어갔다. 특별히 3개월 동안 별도의 연습을 진행했다. 이후 사찰과 단체별 율동강습회는 3개월 동안 50회 이상을 진행할 정도로 긴 여정이었다. 작게는 10여 명 많게는 100여 명이 넘는 신도들이 강사의 지도에 맞추어 율동을 배웠다. 빛고을관등회는 참여해준 스님들과 신도들이 주인공이다. 그렇게 첫 연희단 공연과 전체율동으로 이루어진 어울림마당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를 극대화하고자 무대와 객석이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아레나 형식의 반원형 관람석 1,000석을 별도로 설치했다. “내 신도가 춤추면 나도 춤춘다”라는 슬로건에 서울 어울림마당의 형식을 차용해 카드섹션과 전체율동도 진행했다. “우리도 서울처럼 신나게 즐기면서 하고 싶다”는 스님들과 신도들 바람이 일정 부분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성과는 참여자의 숫자부터 변화되었다. 2000년대 1,000여 명 수준이었던 참여자는 벌써 5,000여 명에 이르렀다. 참여방식도 사찰마다 전통등과 율동을 준비하고 함께 즐기는 행사로 변화했다. 3년간 진행한 참가자 설문조사에서 만족도는 80%를 웃돌았다. 이제 빚고을관등회는 어린이, 청소년, 청년은 물론 노보살 모두 참여하고 함께 즐기는 축제이며 광주불교의 희망이 됐다. 

 

유희와 신심 양 날개를 펴다_부산

글. 노준기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 사무과장

 

참여하며 즐기는 축제이자 법회

연등회가 국가무형문화재 122호 지정 이후 2020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한국과 한국불교의 경사였다. 특히 ‘불도(佛都)부산’의 봉축행사를 준비하는 실무자로서 자긍심과 기대를 선물한 큰 사건이었다. 봉축행사를 준비할 때마다 겪게 되는 많은 어려움이 이제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부산의 연등회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봉축행사는 부산불교연합회가 설립된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합행사 형태로 개최됐다. 이전에는 지역 큰 사찰인 금정총림 범어사와 도심의 대각사 등을 중심으로 신행 단체, 대불련, 청소년 단체들이 참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종단과 사찰 중심으로 변화되어 인력과 자본이 들어가는 대규모의 행사로 변화했다. 

부산의 봉축행사인 부산연등축제는 과거부터 봉축행사와 더불어 수륙대재, 유등제 등 불교적 성격의 행사가 가미되어 문화와 행사가 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문화적 성격이 강한 연등축제를 봉행할 때 기도, 의식 같은 신심과 수행에 관심이 높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부산연등축제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매년 부산연등축제에 약 2만여 명 전후의 불자가 참여하는 한편 부산불교중흥을 위한 2019년 부산불교도대회에는 20여만 명의 불자가 참석한 사실이 부산연등축제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부산연등축제를 매년 준비하면서 항상 겪는 고민과 걱정이 있다. 부산연등축제를 전통 문화적 측면에서 부산시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유희를 제공하는 동시에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에게 불도부산의 위상과 신심을 높이는 방안을 어떻게 조화롭게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지금의 부산연등축제는 봉축연합대회와 연등행렬로 구성된 부산연등회 행사와 전통등 전시, 체험, 공연 등으로 구성된 부산연등문화제 행사를 같이 봉행하여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데 노력하고 있다. 부산연등회 행사 때는 대규모로 108배, 저녁예불, 철야정진 등 부산의 사부대중이 함께 불교의식을 봉행한 후 연등행렬을 진행한다. 부산연등문화제 행사에는 전문가 및 각 종단과 사찰에서 준비한 장엄등으로 부산시민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다양한 전시와 공연은 물론 각종 불교 관련 무료체험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즐기는 축제로써 봉축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 

이러한 봉축행사 특성으로 부산의 불자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은 노력과 참여에 앞장서고 있다. 최소 보름에서 한 달에 이르는 부산연등문화제는 오롯이 자율적으로 참가한 부산의 종단과 사찰에서 장엄등을 전시하고 무대 공연을 진행하며 무료로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각 사찰의 법요식, 부산연등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병행되고 있어 재정적 부담과 노력은 깊은 불심이 아니면 절대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부산의 사찰과 불자들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많은 시간과 재정적 노력이 필요함에도 부산시민에게 불교문화를 쉽게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1년에 한 번 큰스님 및 여러 도반과 함께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신심을 높이고 연등행렬에 동참하는 기쁨에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것이 부산연등축제가 문화와 행사를 양립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에는 크고 작은 많은 축제가 있다. 하지만 계절, 특산품 등 중첩되는 내용이 많고 단순히 꽃이나 유명가수의 공연을 보는 등 주체적인 참여보다 관람이 주를 이루고 있어 진정한 축제라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연등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님과 불자들이 손수 준비하여 직접 참가하고 종교, 이념, 인종 등 그 어떤 누구의 차별도 없이 축제에 참여하는 시민과 외국인들 모두 순수하게 접하고 즐기는 축제다. 2021년 부처님오신날은 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밝혔다면, 2022년 부처님오신날은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모두가 기쁨의 연등을 밝히고 전국 곳곳에서 다시 아름다운 연등의 물결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연등으로 꽃 피우는 세계일화_해외

글. 선정화 한국불교국제네트워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연등회는 국경을 초월한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해외에서도 한국사찰을 중심으로 봉축행사와 함께 연등회가 펼쳐진다. 물론 쉽진 않다. 한국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하는 연등살, 속지, 색색의 연잎이지만 해외에 있는 한국사찰 법당에 도착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인편으로 도와준다면 행운이다. 하지만 대부분 항공편이나 배편으로 보내고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요즘 코로나19로 예기치 않은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면서, 항공편에 특별운송료가 붙고, 배는 화물이 많지 않아 비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동시에 최대 90일까지 걸린다. 어떤 나라는 관세를 터무니없이 많이 부과하기도 하고 분실도 되니 연잎이 아무 사고 없이 고스란히 사찰에 도착하면 다행이다. 

 

밤새 빚는 연잎에 담는 자비심 

이런 역경에서도 굳건히 매년 법당에 등을 밝히기 위해 새로이 등을 만들어 장엄하는 사찰들이 해외에도 많다. 현지 생활은 일주일 단위로 이뤄진다. 그래서 일요법회가 있는 날 연잎을 집으로 가져가 빚은 뒤, 절에 가져오는 불자들이 있다. 그들이 있어 작업은 한결 빨리 이뤄진다. 필자 역시 밤새 연잎을 빚었다. 그때 빚은 연잎으로 엄지와 검지에 연잎 물이 들었고, 다른 누군가는 느끼지 못할 뿌듯함과 특별한 감정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연등 장엄은 하루아침에 뚝딱 완성되지 않는다. 1년 동안 밝혔던 등을 떼서 등살을 깨끗이 씻고 햇볕에 말리는 일부터 직접 연잎을 빚어 등을 만들고 달아 자리 잡아가는 과정까지 모든 일이 족히 2개월은 걸린다. 3월부터 일을 시작해야 연등은 부처님오시날 즈음 법당 천장을 멋스럽게 장엄한다. 하나하나 온 정성을 모아 빚는 연꽃등에는 가족과 사회 더 나아가 세계 인류를 위해 축원하는 자비심으로 가득 채운다. 그래서 현지 주류 사회 속에서 맞이하는 봉축행사 연등을 보면 자긍심으로 흠뻑 젖는다. 세계 각국으로 날아간 연잎이 한국인의 정서와 한국의 문화가 깃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빚은 연꽃잎으로, 한 송이 꽃(연등)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고국이 아닌 타국에서 수처작주(隨處作主)가 되기는 쉽지 않다. 고단함과 성실함의 세월이 흐른 뒤, 자연스럽게 한국인이 모여 살면 한국문화가 자리 잡고, 그 지역에서 ‘한인의 날’처럼 우리 고유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마당이 열린다. ‘한인의 날’은 세계 각국 많은 나라에서 매년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개최한다. 한국의 특산물, 먹거리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지는 시공간이다. 이 시공간 속에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이 바로 연꽃등 만들기 시연회와 체험 부스다. 

체험공간을 꾸민 형형색색의 연꽃을 보면 화려함과 색다름에 이끌려 컵 등이나 연꽃 만들기에 도전하는 현지인을 쉽게 볼 수 있고, 단연 많은 내방객을 맞이한다. 미국 동부 맨해튼에서부터 미국 서부 LA, 중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 오세아니아의 호주나 뉴질랜드 등등. 체험 부스뿐만 아니라 미동부역사문화체험캠프나 퍼레이드 등 현지 사정에 맞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고, 이젠 경험이 쌓여 운영도 잘된다. 

스님과 신도들의 자원봉사로 연등의 의미와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면 매우 열심히 따라 한다. 생각과 달리 어설프게 만들어진 전통등과 연꽃을 보면서도 마냥 좋아하고 신기해하며 예쁘다고 엄지척을 날리는 외국인들을 볼 때면 피곤함을 잊는다. 

아주 작은 나라, K-Pop과 K-방역으로 알려진 나라, 이젠 K-Culture가 널리 알려지는 길목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의 불교문화가 자리 잡을 날이 곧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요즘 미국 사회에서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아시안 증오 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자비로움으로 증오를 녹여서 세계 방방곡곡에 바라만 봐도 예쁜 꽃잎으로 피어나길 발원한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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