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죽을 자신 없으면 꼭 명상을 배우세요.”
7월 10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흥천사에서 진행된 서울릴랙스위크 수행주간 두 번째 강연인 ‘명상의 모든 것: 나에게 맞는 명상법’에서 자현 스님이 강조한 말이다. 생로병사, 즉 삶에서 오는 고통을 컨트롤하는 데 명상만 한 게 없다는 얘기다.
특히나 팬데믹으로 지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명상은 지혜로운 삶을 살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릴랙스위크 수행주간이 마련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불광미디어와 불교신문, 흥천사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서울릴랙스위크는 ‘일상 속 마음, 공부’를 주제로 6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도심 속 사찰 흥천사에서 온·오프라인으로 펼쳐지는 집중 명상수행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에 따라 비대면 온라인 강연으로만 진행된 이날 강연에, 70여 명의 사람이 지혜로운 삶을 위한 마음공부를 하기 위해 접속했다.
현재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교수, 조계종 교육아사리 등을 맡고 있는 자현 스님은 불교·철학·역사·문화 등 다방면의 연구를 진행하며 160여 편의 논문, 50여 권의 저서를 펴낸 불교계 대표 저술가다. 또 유튜브 채널 ‘자현스님의 쏘댕기기’와 ‘자현스님의 행복한 불교공부’를 운영하며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자현 스님은 한국불교 대표 명강사답게 이날도 명상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자현 스님은 1·2교시 ‘명상이란 무엇인가?’와 ‘일원론과 이원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명상을 주제로 명상의 기본 개념과 명상의 궁극적 목적을 탐구했다. 마지막 3교시에는 명상에 대한 오해부터 개인이 할 수 있는 간단한 명상법을 소개하는 한편, 실시간 질의응답도 함께 진행했다.
이날 진행된 자현 스님 강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1. 인간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에 있다
사회가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자연스럽게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한국도 국민 소득 3만 불 시대가 되면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행복은 모든 유기체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이다.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모든 방법을 명상이라 한다. 불교도 명상처럼 행복추구를 목표로 하는 종교다. 부처님은 열반이 곧 행복이라 말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려고 했던 이유도 무너지지 않는 완전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2. 물질만으로 행복할 수 없다
행복하려면 물질적인 요소도 뒷받침돼야 한다. 경제력이 없으면 행복을 추구할 힘 자체도 무너져버린다. 그러나 물질만으로 완전한 행복에 이를 수 없다. 재벌을 보더래도 돈만 갖고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싯다르타는 왕족 출신에 물질적으로 풍족한데도 불구하고 왜 출가했을까? 부처님이 깨닫기 전 빔비사라왕을 만났을 때 이야기다. 빔비사라왕이 상당한 직급을 줄 테니 자신의 밑에서 일해볼 생각이 없냐고 묻자, 부처님은 내가 내 나라도 버리고 왔는데, 당신의 밑에서 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물질의 한계를 말해주는 상징적인 이야기다.
물질의 한계는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갈애(渴愛)를 불러온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노쇠에 따른 고통도 있다. 나이가 들어 풍족해지더라도 젊음을 잃는 체력적인 고통이 따른다. 따라서 물질을 떠나 자기조절을 통해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명상’이 필요한 것이다.
3. 명상은 선택 아닌 필수
명상의 장점은 자기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과 그 행복 조건을 내가 조절하기 때문에 현실에 더 투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가하지 않고도 현실에서 수행을 통해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자기에너지를 궁극적으로 끌어올려서 현실의 장애물을 투철하게 뚫고 나가 승리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명상이다. 요즘 코로나로 인한 돌파감염이 발생한다. 비유하자면 일상의 스트레스를 돌파감염처럼 돌파해서 자기 자신을 성취할 수 있는 극기의 힘이 명상에 있다.
명상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돌파하고 끊임없이 도전해서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과거도 좋고, 현재도 좋고, 미래도 좋고, 지금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4. 일원론과 이원론
단 명상(수행)은 삶과 유리돼서는 안 된다. 삶과 유리된 수행은 잘못됐다. 인도와 유럽(아리안족)을 이원론적 문화, 동아시아를 일원론적 문화로 본다. 일원론적 문화는 삶과 유리되지 않는 명상을 추구한다.
인도 이원론적 사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차안(此岸)이라는 이 세계보다 피안(彼岸)으로 넘어가는 저 세상을 추구한다는 점에 있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하나는 허상이고 다른 하나는 진실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허상을 깨고 진실로 가야 한다는 구조가 만들어져버린다.
하지만 동아시아 대승불교는 다르다. 대승불교에는 깨달음 얻어서 이 세계를 로그아웃해서 나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희가 고통받으니 이곳으로 돌아와서 구원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보살이 있다. 바로 관세음보살이다. 이원론처럼 깨달아서 이 세계를 벗어나는 게 목적이 아닌 것이다. 대승불교에서는 이 안에서 중생들의 제도문제를 얘기하는, 즉 현실 세계에서의 행복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한다.
이는 '로또만 믿고 직장 그만두지 마라', '직장 때려치우고 유튜버 하지 마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5. 간단한 명상법
명상은 고요하고 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명상은 지금 현실에서 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편한 자세로 누워서 숫자를 세는 것부터 시작해라. 물 위에 누워서 물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다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100층부터 내려간다고 생각해보라.
서울릴랙스위크는 앞으로 8월 14일 광우 스님의 ‘기도와 염불: 기도의 가치와 올바른 기도법’, 9월 11일 문광 스님의 ‘연공, 지치지 않고 계속하는 힘’, 10월 9일 보일 스님의 ‘조화와 공생: AI시대,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 강연을 남겨놓고 있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확산세 추이에 따라 다시 온·오프라인으로 전환할지, 비대면으로 계속 이어갈지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