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불교를 그리다]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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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불교를 그리다] 포토에세이
  • 유동영
  • 승인 2022.05.2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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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백 년 조선화단의 파천황 김홍도를 따르다

18세기 ‘예단의 총수’라는 평가를 받는 강세황은 제자 김홍도를 기록한 「단원기」에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경지를 연 화가란 뜻으로 ‘벽천황(闢天荒)’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파천황(破天荒)’과 같은 의미다. 

10여 년 전쯤부터, 조선시대에 그려진 실경 산수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자 하는 시도를 했다. 그중 김홍도의 그림은 사진으로 표현하기에 더 없는 대상이다. 그림의 장소가 명기 돼 있고, 양도 충분하며, 무엇보다 그림과 실경이 서로 비슷하다.

모든 그림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법으로 그려진 것이긴 하나, 될 수 있으면 김홍도가 보았을 법한 위치에서 비슷한 풍경을 담으려 했다. 18세기 풍경과 크게 바뀌지 않았을 법한 곳을 사진가의 시선으로 촬영해 더 넣었다. 김홍도의 그림에는 촛대바위 위로 촛불처럼 바위가 더 서 있으나 지금은 뭉툭하다. 이곳이 고향인 어떤 이의 말에 의하면 40여 년 전 태풍으로 떨어져 나갔다 한다. 

 

1788년은 김홍도가 가장 바쁘게 보낸 한 해로 4월에 이덕무 부친의 71세 잔치를 위한 그림을 그리자마자, 금강산 실경을 담아 오라는 정조의 명에 따라 도화서 동료 김응환과 함께 곧장 관서로 향했을 것이다. 그런 뒤라야 관동을 거쳐 9월에는 회양에서 스승 강세황을 만나 《해동명산도첩》의 밑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테니까. 11월에는 충주로 가 임경업 장군 초상을 모사했다. 위 그림은 《해동명산도첩》의 해가 뜨는 낙산사다.

단양 도담삼봉

 

연풍에서 단양으로 들어오는 길에 제천 쪽으로 10리 정도를 더 가면 마주치는 빼어난 풍광이 옥순봉이다. 하늘을 향해 솟은 바위의 모양이 대나무 죽순처럼 힘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퇴계 이황이 옥순봉을 단양 팔경에 넣긴 했으나 행정구역은 제천이다. 옥순봉에서 30분을 달리면 사인암이다. 추사 김정희는 사인암 절벽을 두고 ‘하늘에서 내려온 한 폭의 그림’과 같다고 찬을 했다. 그림은 사인암이다.

 

연풍에서 단양으로 들어오는 길에 제천 쪽으로 10리 정도를 더 가면 마주치는 빼어난 풍광이 옥순봉이다. 하늘을 향해 솟은 바위의 모양이 대나무 죽순처럼 힘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퇴계 이황이 옥순봉을 단양 팔경에 넣긴 했으나 행정구역은 제천이다. 옥순봉에서 30분을 달리면 사인암이다. 추사 김정희는 사인암 절벽을 두고 ‘하늘에서 내려온 한 폭의 그림’과 같다고 찬을 했다. 그림은 사인암이다.

울진 망양정

 

김홍도가 관음굴이라 표기한 위 그림은 낙산사 홍련암이다. 관음굴의 크기가 다소 과장 돼 보이기는 하나 형태는 비슷하다. 관음굴은 전각 위에서는 그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김홍도는 관음굴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배를 탔을 것이다. 당시까지도 의상대에 정자가 없었는지 그림에는 김홍도와 김응환이 노천 전당대에 나란히 앉아있다. 고고한 소나무의 자태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아래는 울진군 근남면의 망양정이다. 추암 촛대바위에서 망양정에 이르는 옛 7번 국도는 이 도로를 위해 추암과 망양정이 있는 것이라 여길 만큼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김홍도의 기행 산수화와 풍속화 등을 보면서, 그리고 스승 강세황이 「단원기」에 적은 “집 안이 맑고 깨끗하여 한 점의 먼지도 일지 않았다. 책상과 안석(案席) 사이에는 오직 오래된 벼루와 고운 붓, 쓸 만한 묵과 희디흰 비단만 있을 뿐이었다”는 묘사를 보면서, 너무도 당연하게 수행자의 모습 그대로인 김홍도를 떠올렸다. 자유로우나 산만하지 않고 부드러우나 거칠지 않은 그의 붓놀림은 스승 강세황이나 동료들과는 전혀 다른 배경에서 비롯한 것이 아닐까? 위는 망양정에서 30분 더 남으로 가야 하는 월송정이다. 아래는 단양 팔경의 옥순봉이다.

 

글,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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