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마하야나(25) 찻집에서 있었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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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마하야나(25) 찻집에서 있었던 일들...
  • 현안스님
  • 승인 2023.10.1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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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보라선원에서 함께 수행하는 도반이자 신도인 어떤 분과 가까운 찻집에 갔습니다.

 

지난 봄, 보라선원에서 함께 수행하는 도반이자 신도인 어떤 분과 가까운 찻집에 갔습니다. 그때 찻집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차와 선명상” 프로그램이 탄생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여기서 가볍게 한 달만 명상반 해볼까요?’, ‘찻값은 받으셔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명상반을 다 무료로 하지만, 사장님은 수익이 있으셔야 하니까 받으셔도  돼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결국 “차와 선명상” 교실을 무료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큰 계획이나 기대 없이 시작한 수업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사람들은 심적으로 부담 없이 차도 한잔 하면서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이 명상반을 좋아했습니다. 심지어 보라선원에서 명상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도 자주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 한 명이 가르치는 수업이라기보다는 여러 명상반 학생들이 와서 다함께 이야기하고 배우는 시간으로 발전했습니다.


나는 차와 선명상의 첫 시간에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알아차렸을지 모르지만 이 수업은 <차 명상>이 아니라 <차와 명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차를 마시면서 향을 음미하거나, 맛에 집중하거나 그런 건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맛있는 차를 마신 후,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로 앉아서 불편하고 아플 때 조금씩 더 견디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 말을 하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늘 그렇듯 다음 주에 사람들이 절반밖에 안오겠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 사람들이 계속 명상반에 왔습니다. 그리고 배운 대로 집에서도 매일 명상 수련을 하면서 발전해갔습니다. 한 달이 지났을 때, 퇴근 시간이 지나서도 계속 차를 준비해주시고, 밤늦도록 찻집 청소를 해야 하는 찻집 사장님께 미안해서 다음 달에도 명상반을 하면 좋겠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찻집 사장님과 사람들은 명상반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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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여름 내내 함께 명상하고, 웃고, 마시고,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명상하는 시간만큼은 눈물도 흘리고, 아픔을 견뎌냈습니다. 천주교인, 기독교인, 무교인 학생들은 명상을 하면서 점점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그렇게 서로 신뢰를 키우면서 학생들에게 더 이상 스님의 종교가 무엇인지, 자신의 종교가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은 듯 했습니다. 휴일에는 불교를 전혀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서 일부러 도봉산 승락사도 가고, 천축사도 갔습니다. 광복절에는 속리산 법주사에도 갔습니다. 그렇게 금세 여름이 끝났습니다.


나는 어제 학생들에게 명상반이 어땠는지 물어봤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도 많이 변했지만, 같이 참여했던 학생들의 빠른 변화에 놀랐다고 했습니다. 어떤 학생은 명상을 배우기 전으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떤 학생은 명상을 배우기 전 자신의 인생이 어땠는지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찻집에서 가볍게 시작한 명상반이었지만,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절에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불교를 위해서 절에 온 것이 아닙니다. 불교에서 배운 수행법이 자신에게 실질적인 해결책과 변화를 주었기 때문에, 그런 신뢰와 희망을 갖고 절에 옵니다. 이제 마음속의 더 깊은 곳에 있는 다른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해하는 법보시이며 불교에서 말하는 신심입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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