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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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
  • 노승대
  • 승인 2023.10.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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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속 흔하고 오래된 것들의 놀라운 역사

 

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
저작·역자 노승대 정가 30,000원
출간일 2023-10-06 분야 역사
책정보

ISBN 9791192997926

발행(출시)일자 2023년 10월 06일

쪽수 432쪽

크기

174 * 231 * 27 mm / 1063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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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로

절집 구석구석 숨은 보물찾기 ‘마지막 라운드’!
사찰 속의 흔하고 오래된 것들에 새겨진 놀라운 역사!

누군가는 전국 곳곳에 자리한 사찰을 ‘숲속의 박물관’이라 칭한다.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오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불상과 불화, 전각 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절집에 자리한 보물이 단지 그뿐이랴. 저자는 우리가 ‘문득’ 찾은 사찰에서 ‘으레’ 지나쳤던 것들, 이를테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를 절 마당의 돌기둥이나 단순한 장식으로 보이는 지붕 위의 오리 조각, 불상 앞에 놓인 탁자는 물론 절집의 일상을 보조하는 계단, 석축도 우리 역사 속의 보물이라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놀랍게도 이들 하나하나에 거대한 역사적 맥락과 상징적 의미, 옛 조상들의 지혜와 염원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절집에 숨어 살던 신기하고도 의외인 존재와 그 역사ㆍ문화를 조명하며 절집의 또 다른 모습을 소개해 온 저자는 전작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사찰 속 숨은 조연들』에 이어 절집의 숨은 보물찾기, 그 ‘마지막 라운드’를 펼친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암벽 위에 새기고, 바위를 다듬어 조성한 사찰의 석조물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사찰 속 의외의 보물에 대해 다룬다. 그리하여 1부에서는 어느 사찰에서든 만날 수 있어서 관심 가지 않았던 보물로 마애불, 석탑, 석등, 승탑, 그리고 그 용도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노주석과 당간지주를 다룬다. 다음 2부에서는 일상적이거나 사소해 보이는 것들로서 수미단과 탁자, 계단과 석축, 절집의 화장실인 해우소, 그리고 전각 지붕의 백자연봉과 청자 기와, 처마 밑에 숨겨진 항아리, 용마루에 앉아 있는 오리 등의 사연을 다룬다.
40여 년간 책상 앞이 아닌 오직 길 위에서 우리 역사와 옛사람들의 문화를 읽어 온 ‘찐’ 답사가의 기록! 독자들은 이 책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사찰 안의 그 무엇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위로
노승대

경기도 양주에서 출생했다. 1975년 입산해 광덕 스님을 은사로 모셨으며 10여 년 뒤 하산했다. 구도의 길에서는 내려왔으나 그 길에서 찾았던 ‘우리 문화’에 대한 열정은 내려놓지 않았다. 에밀레박물관 조자용 관장님께 사사하며, 관장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18년간 모셨다. 1993년부터 문화답사모임 ‘바라밀문화기행’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2000년부터 7년간 인사동문화학교 교장을 맡기도 했다. 인사동문화학교 졸업생 모임인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도 전국 문화답사를 다니고 있다. 그는 가족 같은 동호인들과 함께 우리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공부하는 것을 금생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항상 길 위에 있다.
답사 틈틈이 〈불광〉, 〈사람과 산〉, 〈템플스테이〉 등에 우리 문화와 관련된 글을 기고하여 왔으며, 저서로 『사찰 속 숨은 조연들』(불광출판사, 2022),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불광출판사, 2019), 『바위로 배우는 우리 문화』(무한, 1999)가, 공저로 『나를 채우는 섬 인문학, 강화도』(불광출판사, 2023)가 있다.

목차 위로

목차

Ⅰ 돌의 나라를 꿈꾸다
마애불
석탑
석등
승탑
노주석
당간지주

Ⅱ 모든 것에는 역사가 있다
수미단과 탁자
계단과 석축
해우소
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
절집 문패
연꽃 씨방 조각
통나무 계단
백자연봉
청자 기와ㆍ청기와
스투파
불기대
화재를 막아라

상세소개 위로
‘문득’ 찾은 사찰에서 ‘으레’ 지나치는 것들
그 흔하고 오래된 것들 안에 깃든 역사와 문화, 옛사람들의 염원!

알면 알수록 보이는 사찰 구석구석 숨은 보물찾기,
그 마지막 라운드!


혹자는 전국 곳곳에 자리한 사찰을 ‘숲속의 박물관’이라 칭한다.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오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불상이나 불화, 전각 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절집의 보물은 그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어떤 목적으로 세운 것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절 마당의 돌기둥이나 단순한 장식으로 보이는 지붕 위의 오리 조각, 불상 앞에 놓인 탁자는 물론 법당에 오르는 계단이나 석축마저도 사연 깊은 우리 역사의 보물이라 이야기한다.
베테랑 역사문화 답사가인 저자는 그동안 두 권의 저서(『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사찰 속 숨은 조연들』)를 통해 사찰이란 무대 위의 ‘황금 조연’들, 다시 말해 절집에 머무는 토끼, 게, 거북 등의 동물과 신선, 삼신할미, 사천왕, 시왕 등의 신비한 존재들에 대해 소개해 왔다. 그런 저자가 이번 저서를 통해 다루는 대상은 여느 사찰에나 있을 법한 익숙한 것, 작거나 사소해 보여 우리 눈에 띄기 힘들었던 절집의 오래된 것들이다.
문득 찾은 사찰에서 으레 지나치게 되는 것들. 그것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사찰의 그 무엇이든 그냥 있는 것은 없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암벽 위에 새기고, 바위를 다듬어 조성한 사찰의 석조물에 관한 내용이다. 길 위의 부처라 불리는 마애불을 시작으로, 불탑과 석등, 승탑 등 사찰에 가면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것들과 왜 세워두었는지 잘 알 수 없었던 노주석, 당간지주에 대해 다룬다.
2부는 사소해 보이지만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의외의 보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법당의 불상 앞에 놓인 탁자와 법당에 오르는 계단, 돌로 쌓은 옹벽인 석축은 물론 사찰 화장실 해우소, 전각 지붕 위에 얹어진 오리 조각, 처마 밑에 놓인 항아리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해서 관심 가지 않은 것들, 혹은 사찰의 단순한 장식이나 생활용품, 일상적 공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 무엇도 그냥 있을 리는 없을 터. 저자는 그간의 공부와 답사를 통해 그러모은 이야기 보따리를 아낌없이 풀어 하나하나에 새겨진 역사에 관해 들려준다. 특히 그 연원부터 우리 땅에 자리하게 된 경위와 그 안에 깃든 상징적 의미에 대해 설명함에 있어, 종교와 역사, 오래된 문헌과 기록, 설화와 신화 등을 종횡무진한다. 더욱이 현존하는 유물의 사례를 300여 컷의 사진 자료를 통해 소개함으로써 텍스트에 갇힌 사찰 문화 가이드가 아닌 생생한 답사 체험을 지면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하였다.


사찰 속 보물찾기 마지막 라운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사찰이나 불교 유적을 다니며 떠오른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 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에 마애불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 지점에 한반도의 전통 신앙과 불교 신앙이 융합된 단서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 마애불은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 조상들의 기도처로 쓰인 곳에 조성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경주 남산의 경우가 그렇다. ‘마애불’을 다룬 첫 장에서 “마애불이 있는 곳에서는 불교 이전의 역사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은 이러한 맥락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흔하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 담긴 역사적 범위는 생각보다 깊고 거대하다. 이 책에 다루어지는 스무 가지 것의 ‘역사’는 대부분 시간적으로 우리 땅에 불교가 전해지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공간적으로는 우리 땅만이 아닌 가깝게는 일본, 멀게는 인도에까지 그 범위가 미친다.
한편 권말 두 파트에 걸쳐 이야기되는 ‘절집의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 관한 사연’은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즐겁다. 한 예로 공주 갑사를 둘러본 이들이라면 보장각 용마루에 자리한 오리 조각을 발견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성스러운 공간에 뜬금없이 오리 조각이라니, 그것도 앙증맞다. 그 사연인즉 대부분 목조 건물인 사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화재’인데, 절집에서는 화마를 피하기 위해 사찰 곳곳에 ‘물’의 상징을 두었다는 것이다. 갑사 보장각 용마루의 오리 조각도 같은 맥락이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의미의 상징물이 절 마다 달라서 오리 말고도 여러 형태로 사찰 곳곳에 숨어 있으니, 말 그대로 ‘보물찾기’이다.
이렇듯 저자가 책에 담은 스무 가지의 흔하고 오래된 것들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비밀스런 상징적 의미는 물론 옛 조상들의 지혜와 염원도 살필 수 있다.


사찰 속 흔하고 오래된 것들의 놀라운 역사
- 발견의 즐거움


그렇다면 저자는 이 보물들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을까? 아마 우리 역사ㆍ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살아온 지난 40여 년의 세월 중 훨씬 많은 시간을 책상보다 길 위에서 지낸 ‘찐 답사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관심’, 그것은 바쁜 일상에 즐거움이 되어 주는 답사의 여정에서 뜻밖의 기쁨을 선사한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좋다. 우리 역사의 현장인 사찰에서 오랜 시간을 버티어 온 ‘보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이란 누구에게나 크다.
뜻밖에 발견한 사찰의 보물들, 그리고 그 역사의 증거가 모인 사찰에 대해 오직 애정으로 정성스럽게 써내려 간 이 책을 통해 알면 알수록 다가오는 사찰 문화의 감동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번 가을 저자가 안내하는 마지막 답사에 동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책속으로 위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마애불을 답사하다 보면 불교 이전부터 전통적 기도터로 쓰였던 바위 신단에 마애불이 새겨진 경우가 많다. 근처에는 샘이나 계곡이 있고, 그 분위기 자체도 심상치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결국 오랫동안 한민족의 전통 신단으로 쓰였던 곳에 불교의 마애불이 나타나고 암자가 들어서면서 불교 사찰로 변모했다는 뜻이다. 이렇듯 마애불이 있는 곳에서는 불교 이전의 역사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_ 25쪽

서라벌 왕경(王京)의 오악 중 서악(西岳)이었던 선도산의 산신은 ‘선도성모(仙桃聖母)’이다. 선도성모는 중국 황실의 딸로 해동으로 건너와 이 산의 산신으로 좌정했고, 그녀가 낳은 아들이 바로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라는 설화가 있다.
법흥왕 때 불교가 공인된 이후 선도성모설화는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다. 선도성모도 불교를 좋아해 안흥사 비구니 지혜(智慧)의 불사에 황금 10근을 시주하며 부처님과 함께 오악의 신들도 잘 섬겨 줄 것을 요청하였다고 하니 민간의 전통 신앙이 불교 신앙과 다툼 없이 함께 어울린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삼국유사』 ‘선도성모수희불사’ 조에 실려 있다. _ 52쪽

충주 창동리 마애불은 아예 강물에 띄운 배 위에서 바라보아야 잘 보이기 때문에 뱃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수운의 안전을 위하여 조성했던 불상으로 보고 있다. 충주에서 여주까지도 많은 여울이 있어 뱃길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뗏목은 여름 강 수위가 높아지면 띄우는 것이지만 자갈이나 퇴적물이 쌓여 얕아진 여울은 항상 조심해야만 한다. _ 68쪽

1910년 경술국치로 인해 일제강점기로 들어서면서 일본불교가 침투하기 시작해 차츰 왜색불교가 자리 잡게 된다. 조선시대 말까지 겨우 이어지던 전통적 마애불 조성 불사도 현저히 줄어든 대신 일본불교의 영향을 받은 마애불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한 유적이 목포 유달산에 남아 있다. _ 83~84쪽

오랜 과거 무불상시대에는 존귀하신 부처님을 어떤 형상으로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서 부처님 발자국이나 깨달음을 이루신 보리수나무, 그리고 연꽃, 법륜(法輪) 등을 조각해 부처님의 상징으로 삼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신앙물은 부처님 사리를 모신 불탑이었다. _ 93~94쪽

백제는 당시 세계적인 목탑 조성 기술을 갖추었다. 그리하여 백제의 장인들은 다른 나라에 파견되거나 초청되어 탑을 만들었다. 신라가 선덕여왕 14년(645)에 황룡사 구층목탑을 세울 때도 기술 총책임자는 백제의 장인 아비지(阿非知)였다. 일본 오사카의 시텐노지[四天王寺] 오층목탑은 백제의 장인 세 명이 건너가서 593년에 완성한 탑이다. 비록 태평양전쟁 때 미군의 폭격으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황룡사 구층목탑보다 50여 년 빨리 세워진 목탑이다. 이보다 조금 늦은 607년에 건축된 교토 호류지[法隆寺] 오층목탑도 또한 백제의 영향을 받은 건물로, 발굴 조사 결과 부여 군수리 절터와 같은 백제식 사찰이었음이 밝혀졌다. _ 95쪽

백제인들은 돌을 깎아 목탑 모양대로 탑을 만들었다. 기본 모델이 목탑이었기에 그 모습을 돌로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이 석탑이 바로 익산 미륵사지석탑(국보)이다. 백제 무왕 40년(639)에 세워진 이 석탑을 뜯어 보면 목조 건물 양식을 곳곳에 갖추고 있다. _ 97쪽

불국사 삼층석탑을 중심으로 기단부 주위에는 연꽃을 조각한 둥근 돌을 여덟 곳에 배치하고 석재로 연결하여 탑의 구역을 나타냈다. 이를 ‘팔방금강좌(八方金剛座)’라 하는데 여덟 보살이 앉는 자리라거나 팔부신중의 자리라는 등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그러나 이 탑의 본래 이름이 ‘석가여래상주설법탑’이므로 석가여래가 설법할 때 사방팔방에서 모여드는 불보살이 모여 앉는 자리로 보기도 한다. 말하자면 석가여래가 이끄는 법회 풍경을 상상하게 하는 탑이다. _ 110쪽

『대반열반경』에는 ‘중생은 번뇌의 어두움 때문에 지혜를 잃는 데 반해 부처님은 방편으로 지혜의 등을 켜니 모든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한다’는 말씀도 있다. 결국 등은 중생 구제를 위해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와 언제나 꺼지지 않는 지혜의 등불이란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이를 영구적인 시설로 만들려는 시도가 생기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석등(石燈)’이 출현하게 된다. _ 160쪽

불교가 들어온 이후 광명을 숭상하는 오랜 전통이 불전에 등불을 올리는 공양과 어우러지며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시적으로 불전에 등불을 올릴 것이 아니라 항상 등불을 올린다는 상징으로 드디어 석등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처님의 지혜와 가르침을 실천하여 온 세상을 밝히는 진리의 법등(法燈)이라는 상징성과 항상 부처님 전에 등불을 공양한다는 의미, 광명을 숭배하는 전통적 믿음까지 전부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_ 163~164쪽

수타사에 드나들면서 유심히 살폈던 유물도 여러 점 있으니 그중의 하나가 대적광전 앞에 있는 돌기둥이다. 대적광전을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난간이 없는 중앙 계단 오른쪽에 홀로 서 있는 돌기둥은 무슨 용도로 만든 것일까? _ 254쪽

해인사 대적광전 앞의 노주석과 등롱대를 보노라면 100여 년의 시간 속에서 명멸했던 사찰 조명의 역사를 다 읽을 수 있다. 그래서 그러한 흔적들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해인사가 고맙게 느껴진다. _ 271쪽

이렇게 수미단 하나에도 오랜 기간에 걸친 변화와 역사의 과정이 있다. 무려 1,000년 이상의 시간 속에서 지금의 수미단이 탄생한 것이다. 법당 안 부처님 앞에 간단히 놓여 있던 탁자가 가리개형으로 바뀌고, 다시 부처님까지 함께 모시는 계단식 2단, 3단의 수미단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그 과정 중에 남아 있는 수덕사 대웅전의 대좌형 수미단과 함께 앞에 놓인 탁자도 다 우리가 귀하게 보고 보호해야 할 문화재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_ 341쪽

반은 자연이고, 반은 인공이라는 우리나라의 미는 삼국시대부터 나타나 있고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곳이 바로 불국사의 대석단이다. 이것은 ‘경주 불국사 가구식 석축’이란 명칭으로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_ 347쪽

바로 이 자연석과 인공의 장대석이 맞닿는 부분이 압권이다. 장대석의 아랫부분을 자연석의 들쑥날쑥한 윗부분에 서로 이가 맞도록 자연스럽게 깎아서 얹었기 때문이다. 곧 자연석 석축 위에 수평의 장대석을 얹기 위해 장대석의 아랫부분을 자연석의 굴곡과 맞아떨어지도록 깎아내는 그랭이 공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 공법은 고구려의 대표적인 건축 공법인데 삼국 통일 후 신라 건축물에 많이 나타난다. _ 347쪽

이 일주문을 만드신 스님의 창의력과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절로 들어가면서 왼쪽 기둥으로 삼은 돌에 문패를 새겨 놓으신 것이다.
복잡한 내용은 없다. 네모나게 파 놓은 틀 안에 한문으로 ‘佛’, 이 한 자만을 음각으로 새겨 놓은 것이다. 절집의 주인은 부처님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마치 여염집의 문패같이 새겨진 이름을 보고 누구나 살며시 미소 지을 수밖에 없다. _ 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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