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어려운 현대인을 위한 종교 감수성 입문서
“믿지 마세요. 이제 이해하세요.”
뭔 뜬금없는 소리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물어보시라고 던진 문장입니다. 오래 두고, 자세히 봐서 그런가 봅니다. 총 5권을 편집하면서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고심했습니다. 그러다 딱! 떠오른 문장입니다. 실은 주어가 생략됐습니다. 바로 ‘종교’입니다.
종교를 믿지 말고 이해하라니 무슨 소리일까요? MBC에서 제작해 2023년 3월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나는 신이다>를 기억하실까요? 사이비 교주의 사악한 형태를 고발한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이성적 이해’가 부족한 ‘맹목적 믿음’이 초래한 안타까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사실 종교는 인류 문명사에서 오랜 기간 삶의 나침반이었고, 절망의 시간에는 희망의 등불이었습니다. 하지만 ‘합리적 이성’의 등장은 종교가 설 자리를 사라지게 했습니다. 오랫동안 종교가 담당했던 정치, 교육, 경제, 과학, 의학 등 여러 영역에 종교 대신 이성이 자리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삶의 주체로 떠오른 개인이 종교를 선택할 자유와 권리까지 생겼습니다. 해서 종교를 단순히 일시적인 위안으로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요즘 들어 ‘믿음’이라는 것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신’이나 ‘절대자’를 향한 ‘믿음’보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안녕과 행복이라는 가치의 문제로 바뀌고 있습니다. 게다가 종교를 떠나는 탈종교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더는 ‘믿음’의 문제로만 종교에 다가갈 수 없습니다.
믿지 말고 이해부터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종교는 1도 모르고 관심이 1도 없어도 괜찮습니다. “슬퍼하지마 No No No, 혼자가 아냐 No No No~” 우리에겐 ‘종교문해력 총서’가 있습니다.
사회 여러 부문에서 통용되는 문해력(文解力, literacy)은 글을 아는 능력을 넘어 그 의미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입니다. 종교문해력이라고 하면 ‘맹목적 믿음’이 아닌 ‘이성적 이해’의 측면에서 종교를 재해석하고 소통하는 능력입니다. 종교문해력의 비판적 성찰과 모색의 힘은 올바른 종교의 선택과 바른 신행의 지향점을 제공합니다. 특히 다종교·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른 종교와 세계관을 이해하는 ‘종교 감수성’을 높이는 힘이 됩니다. 그래서 탄생한 책들이 ‘종교문해력 총서’입니다.
“왜 다시 종교인가?”
붓다·예수·무함마드·소태산에게 묻는
인생의 큰 고민과 가장 적절한 해답!
‘종교문해력 총서’는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종교),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불교),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기독교),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이슬람교), 『소태산이 밝힌 정신개벽의 길』(원불교) 등 5종으로 구성했습니다.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 지원을 받아 발간한 총서는 종교문해력으로 종교 감수성을 키우는 입문서 시리즈입니다. 인류 지성사에서 가장 오래 사랑받는 세계 종교의 핵심 메시지들을 인문학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종교학을 비롯해 붓다·예수·무함마드·소태산 등 각 종교 창시자들의 삶을 중심으로 그들이 고민한 인생의 근본 문제와 그 해답을 새롭게 풀이하지요. 그리고 탈종교, 기후변화와 팬데믹, AI 혁명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종교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다름과 공감하는 시선의 방향을 일러주기도 합니다.
내 인생을 다르게, 더 바르게 만들고 싶다면, ‘종교문해력 총서’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도움이 되실까 싶어 한 권씩 짤막한 편집자의 평가를 남겨봅니다. 정말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었지만 그 어려운 일을 편집자가 해냈습니다;;
달까지 다녀온 인류가 왜 아직 종교를 믿는지 의아하다면, 종교와 엑스터시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를 추천합니다. 읽다 보면 어제까지 우리가 알던 종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플라톤의 에로스 철학부터 ‘무종교의 종교’까지 엑스터시를 갈망하는 종교의 여정을 살필 수 있습니다.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인 저자는 “일시적인 위안이 아니 인간의 행복을 발견하는 가장 오래되고 검증된 지름길이 종교”라고 넌지시 알려줍니다.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은 좋은 일만 많이 하면 극락에 갈 수 있다고 믿고 있거나 온갖 고민으로 인생이 불처럼 뜨겁게 타들어 가고 있다면, 여러 번 곱씹어 보시길 권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경제 유튜브 삼프로 TV에서 인도 고대사는 물론 현재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알린 국내 대표 인도 전문가입니다. 그런 저자가 까르마·사성제·팔정도·12연기·윤회에 색다른 해석을 하면서 우리가 이제껏 믿어온 ‘불교’를 신박하게 뒤집습니다. ‘인생이 고생이다’라고 느끼신다면, 이 문제를 푸는 가장 확실한 디딤돌이 되는 책입니다. 고생해서 고생이 사라지면 고생이 없겠지요?^^
아직도 예수가 ‘금발 백인 남자’라고 믿거나,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생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는 필독서입니다. 이 책은 예수가 살았던 1세기 팔레스타인의 정치, 종교, 문화적 상황 속에서 재해석한 예수를 21세기의 우리 앞에 영적 스승으로 소환합니다. 핍박받던 유대인들이 바라던 강력한 정치 지도자가 아닌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이들의 메시아를 선택한 예수는 어떤 사람일까요? ‘금발의 백인 남자’가 아니라, 실수하고 실패하면서 성장한 ‘인간 예수’의 또 다른 이야기에서 전하는 예수의 사랑은 찐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슬람교를 ‘폭력적인 종교’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책도 있습니다. 최후의 예언자 무함마드에서 시작한 계시·역사·문화·법·신앙 등 이슬람의 거의 모든 것이 담긴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입니다. 긴말이 필요 없습니다. 이슬람교가 전쟁유발자, 테러리스트라고 오해하신다면 그 오해는 이 책으로 끝났습니다. 이슬람교에 아예 문외한이던 편집자는 내내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모두의 이슬람 문맹 탈출을 위한 한 권으로 끝내는 이슬람 설명서입니다.
1924년 세상에 공개된 불법연구회(佛法硏究會)가 모태인 원불교를 불교의 한 종파라고 단단히 오해하신다면, 『소태산이 밝힌 정신개벽의 길』 일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사실 원불교는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종교이지만, 창시자이자 교주(敎主)의 이름을 검색해보지 않으면 쉽게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원불교의 시작점이자 우리 곁에 함께 했던 ‘평범한 성자’ 소태산 박중빈(少太山 朴重彬, 1891~1943)의 영성 혁명기입니다. 깨닫자마자 교세 확장보다 갯벌에 논부터 만들어 경제적 자립부터 추구한 영성가 소태산. 그는 물질 가치에 집착해 방황하는 인생의 중심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확실하게 알려줍니다.
붓다는 ‘이해 없는 믿음’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와서 듣고 보고 물어서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신앙에 있어 ‘믿음’만큼 중요한 게 없지만 우선 ‘이해’부터 하고, ‘이해’ 위에 쌓인 ‘믿음’이 우리를 행복으로 안내할 테니까요. ‘종교문해력 총서’는 훌륭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