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린이책을 새로 담당하게 된 편집자 지인입니다.
어렸을 때 크레파스 중에서 ‘살색’이 있었지요. 기억나시나요? 그런데 요즘 나오는 크레파스나 색연필에는 ‘살색’이란 말은 없습니다. ‘살색’은 노란빛을 띤 분홍색 크레파스인데 흑인이나 백인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요. 점점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특정 색깔의 크레파스에 ‘살색’이란 말을 붙이지 않습니다. 차별적 표현이 될 수 있거든요. 이 외에도 ‘유모차’는 아이의 양육을 전적으로 어머니가 맡아오던 시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표현이라 최근에는 ‘유아차’라는 말로 바꾸자는 얘기가 있고, ‘불우이웃’이란 말도 불행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어려운 이웃’이라는 표현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아주 평범한 돼지 피브>는 저자인 K-파이 스틸의 실제 경험담을 담은 그림책이에요. 저자는 대부분 백인인 시골 마을에서 자란 특이한 이름을 가진 다른 인종의 아이였거든요. 이 그림책의 주인공인 돼지 <피브>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도시락을 갖고 와서 이 학교에 전학온 아이에게 냄새가 이상하다는 이야길 듣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에요. 피브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기 시작하죠. 피브는 ‘내가 정말 이상한건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의기소침해집니다. 그러나 부모님을 따라 대도시에 처음 나가 보고는 전 세계엔 수많은 다양한 돼지들과 그만큼 다양한 취향이 있다는걸 깨닫고 이내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다는 이야기에요.
<반야심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중 하나가 ‘분별하지 말라’는 가르침이죠. 우리가 누군가에게, 또는 어떤 사물에 편의상 명칭을 붙이는 순간 그런 고정관념이 생기게 되고, 누군가는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이상하다’, ‘정상이 아니다’란 말을 듣게되는 일이 정말 많지요. 그런 말은 들은 아이는 불안감을 갖게 되고, 불안함은 내면화되기 쉽습니다.
지문이 다 다른 것처럼 서로 닮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똑같은 사람은 없잖아요? 우리 한 명 한 명은 모두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림책은 메시지를 직접 말하지 않고 위트있는 표현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세계 각국에는 이렇게 지혜가 담긴 좋은 그림책이 많이 있어요. 앞으로도 종종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