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은 우리에게 편안한 언어로 마음챙김에 대해 알려준 친절한 스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틱낫한 스님을 친절한 선사(禪師)로만 알고 있었다면 좀더 공부가 필요합니다. 스님은 조용한 곳에서 수행하는 불교가 아니라 불교 역시 현실에 깊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 참여불교 운동가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운동가’의 이미지처럼 강한 언어와 행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하셨던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의 마음챙김과 내면의 평화·자비·비폭력을 강조하고 이를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 불교도 삶에 참여해야 한다는 ‘참여불교’를 통해 자신의 삶과 행동으로 몸소 이끌어주셨지요. 그리고 스님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베트남전쟁 때였습니다. 당시 전쟁과 폭격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학교를 만들어 수천 명의 학생 자원봉사자를 교육하고, 마을의 재건과 학교 및 의료센터 설립, 집을 잃은 사람들의 재정착을 돕는 등, 지극히 스님다운 방식으로 불교를 현실로 이끌어내었습니다. 그 결과로 고국에서 추방되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 뒤에 프랑스에 수행 공동체 플럼빌리지를 설립하여 승가와 재가의 구분 없는 수행, 불교의 가르침을 정치와 사회 개혁에 적용하는 참여불교 운동을 전개해 나갔습니다.
그런 스님의 삶과 행동에 녹아 있는 단어가 바로 ‘인터빙(Interbeing)’입니다. 영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은, 스님이 만들어낸 용어입니다. 십이연기와 팔정도, 공(空), 화엄사상 등의 요지가 모두 들어 있는, 세상 만물과 모든 일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 의존하여 존재함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수행법이자 현대인을 위한 계율로서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을 고안하였지요.
이 책은 베트남전쟁 당시 스님이 처음 고안한 뒤 여러 차례 개정 보완을 통해 발전된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에 대한 가이드북입니다. 이 지침들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 ‘세계 평화’와 ‘모든 이의 행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구체적인 실천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플럼빌리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 수행법은 틱낫한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난 지금까지도 삶에, 그리고 세상에 소진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통찰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