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 창간 50주년] 낙동강을 걷다-지율 스님 작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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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 창간 50주년] 낙동강을 걷다-지율 스님 작은 인터뷰
  • 권순범
  • 승인 2024.09.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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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불광 ⑨ 2006~2014

‘4대강 살리기 사업’이 2009년 11월 22일 영산강 6공구와 금강 6공구에서 있었던 기공식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4대강 사업은 물 부족과 홍수의 근본적 해결, 수질 개선과 하천 복원을 통한 건전한 수생태계 조성, 녹색 뉴딜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를 목표로 22조 2,000억 원을 투입하여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및 주요 지천들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과거의 그 어떤 국책 사업보다 더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 4대강 심포지엄 준비위원회’가 2010년 1월 7일부터 8일까지 낙동강 현장 답사를 다녀왔다. ‘도롱뇽 소송’의 지율 스님이 이끈 이번 답사에 월간 「불광」도 동행해 보았다.

지율 스님

지율 스님 작은 인터뷰 - 낙동강에 심는 인연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를 반대하며 총 다섯 차례에 걸친 단식을 감행했던 지율 스님. ‘도롱뇽 소송’ 이후 3년가량 경북 영덕의 산골 마을에서 주민들과 농사를 지으며 지내던 스님은 2009년 3월부터 8개월 동안 낙동강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다. 그 여정 속에서 낙동강이 또 다른 천성산임을 알게 된 지율 스님은 요즘 경북 상주에 머무르며 ‘낙동강 숨결 느끼기’라는 이름의 1박 2일 낙동강 순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영덕의 산골 마을을 나와 낙동강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당시는 천성산 일로 겪었던 마음고생 때문에 다시 어떤 일을 시작하기가 힘든 상태였다. 딱히 어떤 운동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걸으면서 내 자신을 정리하고, 또 오늘날 우리들이 하고 있는 선택을 기록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에 낙동강 걷기를 시작했다.”

 

‘낙동강 숨결 느끼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낙동강을 걸으면서 자연의 여러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것들이 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가슴 아픈 현장들도 목격했다. 낙동강 순례 프로그램은 내가 본 그 모든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것이다. ‘낙동강 숨결 느끼기’라는 이름은 신음하고 있는 낙동강의 호흡을 직접 느껴보자는 뜻을 담아 지었다.”

 

천성산 터널 공사와 지금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서로 닮은 것 같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나 천성산 터널 공사나 새만금 사업이나 모두 서로 닮았다. 그러한 일들은 우리의 시대가 생명이 숨 쉬는 땅에 대한 배려를 갖추고 있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수많은 도시 역시 모두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낙동강변에서는 수많은 나무가 잘려 나가고 있고, 또 땅이 돋우어지고 있다. 내일이 되면 낙동강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이 모습이 더 없이 소중하다.”

‘낙동강 숨결 느끼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낙동강의 아름다움을 많이들 느끼는 것 같다. 10명이라도 낙동강을 직접 보고 가면 그 사람들이 낙동강의 아름다움을 전해주지 않겠나? 예전에는 나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함께 걷는 여러 사람이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낙동강 순례에 동참해 주었으면 한다.”

 

‘낙동강 숨결 느끼기’가 어떤 역할을 하면 좋겠는가?

“사람들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통해 자연과 생명을 경시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은 정부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자신이 하고 있는 그러한 선택들을 반성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순례는 만리장성을 쌓는 것과 같다. 우리는 비록 그 완성을 보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돌 하나는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염원하는 바가 있다면 언젠가는 그것을 이룰 수 있다. 베를린 장벽은 오보를 듣고 몰려나온 사람들 때문에 무너졌다고 하던데, 사실은 오보 때문이 아니라 통일에 대한 그 사람들의 염원 때문에 무너졌을 것이다.”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나?

“꽃은 그냥 피는 것이 아니라 씨앗과 땅이라는 인연이 있어야 필 수 있다. 나는 꽃을 피우는 사람이 아니라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면서 인연을 심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10년 2월호(통권 424호)에 실린 권순범 기자의 지율 스님 인터뷰입니다. 

 

사진. 하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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